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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빅데이터/빅데이터 인사이트

[빅데이터 인사이트 28호] 소셜로 본 세월호 참사, 대한민국이 울고있다(빅데이터로 살펴본 국민들의 심리)






대한민국이 멈췄다. 소비는 감소했고 웃음은 자취를 감추었으며 따뜻한 봄날씨에도 나들이를 포기하는 등 전국이 일시정지 상태에 돌입했다. 이보다 더 잔인할 수는 없는 4, 열여덟 학생들의 꿈을 삼켜버린 세월호 침몰 사고 앞에서 사람들은 일상을 잃어 버렸다. 유가족과 실종자 가족들의 고통에 비견할 수는 없겠지만, 전국민이 ‘심리적 재난’을 겪고 있다는 진단이 나올 정도로 모두가 온 마음으로 앓고 있다. 이렇게 고요하고 침울한 분위기가 지속되는 가운데, 사람들은 SNS상에서 복합적인 감정을 여과 없이 발화했다.빅데이터 분석업체 타파크로스는 4 16일 사건 발생 당일부터 SNS상에 올라온 국민들의 의견을 살펴보았다. 분석 결과, 사건 발생 당일을 기점으로 세월호에 관련된 소식이 급속도로 확산되는 것을 확인했다. 트위터와 페이스북, 블로그와 커뮤니티에 이르기까지 전 매체의 검색어 순위가 세월호 관련 키워드로 점철되었는데,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다. 또한 일주일 이상 세월호에 대한 언급량이 꾸준하게 지속되었으며, 이는 국민들이 세월호 사건에 대해 얼마나 절박한 마음으로 촉각을 기울였는지를 알 수 있는 부분이다.슬픔이 전 국민적 분노로 확대된 까닭은?빅데이터를 통해 살펴본 국민들의 정서에서는 변곡 지점들이 뚜렷하게 드러났다. 사건 초기, 국민들이 가장 강력하게 드러냈던 것은 ‘기대감’이었다. 국민들은 정부의 안일한 대처를 비판하고 사건 자체에 대한 슬픔을 표현하면도,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기원하며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그러나 사건 발생 삼일째를 맞던 4 18, 국민들의 기대감은 ‘분노’로 변환되었다. 중대본이 공개한 탑승자 명단의 수치가 부정확하다는 사실이 밝혀지고 진도를 방문한 정치인들의 어처구니없는 행태들이 연이어 드러나며 비난 여론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게다가 생존자를 단 한 명도 발견하지 못하는 지지부진한 구조현황에 국민들의 감정은 폭발했다. 사건 6일째인 21, 세월호의 완전 침수 후 시신들이 연이어 발견되기 시작하자 실종자들의 생존 가능성에 대한 기대가 감소하고, ‘슬픔’이 다시 증가했다. 그리고 이러한 슬픔은 애도를 넘어서 ‘미안함’으로 확장되고 있다. 꽃 같은 아이들을 구해주지 못했다는 죄책감으로, 아무것도 해주지 못했다는 무력감으로 기성세대는 고개를 떨궜다. SNS상에는 “이런 나라에 태어나게 해서 어른들이 미안해”, “지켜주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표현들이 속출했다.그리고 지금 국민들은 SNS상에서 실종자들의 생환을 염원하는 ‘노란 리본’을 달고 있다. 하나 둘씩 시작된 리본 달기는 전국적으로 퍼져나가 모두의 마음을 노랗게 물들이고 있다. 집단적으로 확산되는 노란 리본에는 믿기지 않는 현실 앞에서 상처받은 서로를 위로하고 의지하려는 사람들의 심리가 내재되어 있는 것으로 보인다. 여전히 국민들은 ‘하나의 작은 움직임이 큰 기적을’ 만들어내길 바라며, 애도와 기원의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세월호 관련 담론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단연 희생자들의 구조현황이었다. 그 다음으로는 선장을 비롯한 세월호 선박직들의 전원 탈출에 대한 비난의 목소리가 높았다. 정부의 책임여부에 대한 언급량은 사건 발생 이후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언론의 보도내용에 대해서는 자극적인 멘트와 진실왜곡 여부에 대한 지적과 비판의 시각이 주를 이루는 가운데, 특정 아나운서에 대해 지지의견을 나타내는 사람들도 있었다.또한 국민들의 분노 촉발 시기와 관련 부처 및 인물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살펴보았는데, 사건 자체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정부(국가)에 대한 불신으로 확산되어 가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다. 세월호 참사 10일째, 사람들은 이제 ‘나라가 싫어졌다’, ‘대한민국이 싫다’며, 울분 섞인 미안함을 토로하고 있다. 국민들은 지금 분노와 자책으로 마음껏 슬퍼할 수조차 없다.  너무나도 가슴 아픈 사건 앞에서, 유명인들의 기부 소식들이 들려오고, 국민들의 촛불문화제와 합동분향소 조문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대한민국은 이미 너무 많은 참사를 겪었다.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대구지하철, 여기에 국민들이 기억해야 할 아픔이 또 하나 추가되었다. 그동안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해야 한다’는 말만 되풀이되어 왔다. SNS를 통해, 그리고 실질적 행동을 통해 드러나는 국민들의 ‘진짜’ 목소리가 이제는 정말 반영되어야 할 것이다. 국민들은 이제 다시는 이토록 무력해하고 자책하고 아파하며 미안해해야 할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