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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파크로스 뉴스] 화장 안 해도 예쁘다는 오빠 … ‘생얼 화장’인 줄도 모르면서

전 세계 ‘생얼 아닌 생얼’ 바람



“사람들이 ‘생얼(민낯)’ 좋아한다고 진짜 생얼로 나갔다가는 생매장 당한다. 모공 안 보이게, 물광 장난 아니게 내줘.” 지난해 인기몰이를 했던 SBS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에서 스타 여배우 천송이(전지현 분)가 자신의 메이크업 아티스트에게 한 말이다. 새벽부터 정성스럽게 메이크업을 한 천송이는 막상 취재진 앞에선 “지금 세수만 하고 화장 하나도 안 한 생얼인데, 괜찮나요”라고 너스레를 떨었다.

생얼. 화장을 하나도 하지 않은 날 것의 얼굴을 말한다. 하지만 단어 그대로의 생얼은 없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온갖 화장품을 동원해 세심하고 꼼꼼한 메이크업을 해야만 비로소 남에게 보여주고 싶은 생얼이 완성된다. 우린 생얼을 만들기 위해선 얼마나 많은 공을 들여야 할까.


세계 패션쇼에 생얼 모델 등장

올해 뉴욕·파리 패션위크 런웨이에는 생얼을 한 모델이 많이 등장했다. 마크 제이콥스, 클로에, 발망 등 많은 유명 패션 브랜드의 디자이너들이 화장기 없는 얼굴의 모델을 쇼에 세웠다. 지방시는 올 봄 광고에 화장을 전혀 안 한 듯한 얼굴의 줄리아 로버츠가 턱시도를 입고 있는 모습을 선보였다. 셀린느 역시 광고 모델로 화장기 없는 얼굴의 프랑스인 발레리나 마리 아네스 지요를 세웠다.

모델이나 연예인이 아니라도 생얼은 전 세계적인 중요 트렌드로 자리잡았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인스타그램에선 생얼의 또 다른 이름인 ‘노 메이크업(no make up)’이라는 해시태그로 1400만 건 이상의 사진이 올라와 있다. 아침에 일어난 상태 그대로를 사진으로 찍어서 올린 ‘나 이렇게 일어났다’(I woke up like this)란 이름의 해시태그로는 100만 건 이상이 검색된다. 모두 꾸미지 않은 자신의 모습을 찍은 사진들이다. 



한국에선 연예인의 일상 생활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나혼자 산다’와 여자 연예인들이 군대 생활을 체험해보는 ‘진짜 사나이-여군 편’ 같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이 방영되면 곧바로 ‘누구의 생얼’이라는 제목이 붙은 사진과 평가글이 SNS를 통해 퍼져 나간다. 



셀카족에게 더 필요한 안 한 듯한 화장

매년 메이크업 트렌드를 내놓는 맥은 올해의 핵심 메이크업 트렌드로 ‘노 메이크업(no make-up)’ 룩을 꼽았다. 변명숙 맥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올해 패션 트렌드인 1970년대 스타일과 어울리는 메이크업이 바로 노 메이크업”이라고 했다. 올해 히피·매니쉬(남성스러운) 같은 70년대 패션이 다시 떠오르면서 여기에 어울리도록 메이크업 또한 화장기를 최대한 뺀 얼굴이 중요해졌다. 그는 “하지만 노 메이크업이라고 해서 화장을 아예 안하다는 건 아니다”라며 “메이크업을 하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메이크업”이라고 설명했다. 


지난달 방한한 디올의 메이크업 부문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피터 필립스 또한 “이젠 더이상 입술이나 눈만 강조하는 원포인트 메이크업을 하지 않는다”며 “화장 안 한 듯하게 하는 게 세계적인 트렌드”라고 말했다.

그렇다면 패션쇼와 광고에 나온 모델이나 TV, SNS 속 얼굴들이 정말 민낯이었을까. 아침에 일어난 그대로를 찍었다는 인스타그램의 사진들을 살펴보면 연예인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인까지 뽀얗고 탱탱한 피부에 화사한 얼굴 일색이다. 이들은 아무것도 안 한 맨 얼굴이 아닌, 아무것도 안 한 것처럼 보이는 ‘노 메이크업 룩’을 하고 있을 확률이 높다.

메이크업 아티스트 우현증 원장은 한 방송 프로그램에서 ‘남자 친구의 갑작스러운 방문에 생얼인 척하는 메이크업’을 소개해 인기를 얻었다. 과정은 이렇다. 먼저 아이브로우 펜슬로 눈썹 안을 자연스럽게 채워 온전한 눈썹으로 만든다. 면봉으로 BB크림을 찍어 얼굴에 점을 찍듯 눈밑, 볼, 팔자주름, 이마에 바르고 손으로 펴바른다. 펜슬 아이라이너로 속눈썹 사이사이를 채운다. 립 틴트를 눈두덩이 중앙과 양볼에 BB크림과 마찬가지로 점을 콕콕 찍은 후 스폰지로 살살 비벼준다. 이처럼 여러 단계의 메이크업을 해야만 남자친구 앞에서 예쁜 생얼로 보일 수 있다는 의미다. 



평소 셀카를 즐겨 찍는 회사원 김은정(30·서초구 반포동)씨는 화장을 지운 후 자기 직전의 모습을 찍는 일명 ‘침대 셀카’를 찍기 위해 “메이크업 하는 데만 30분이 걸렸다”고 했다. 금방 세수하고 나온 것 같은 피부를 표현하기 위해 먼저 얼굴과 목에 스킨과 에센스를 섞어서 듬뿍 바르고 그 위에 다시 수분크림과 페이셜 오일을 덧발랐다. 그 다음 프라이머, 파운데이션, 눈썹 펜슬, 눈썹 전용 마스카라, 아이라이너, 틴트의 6가지 화장품을 썼다. 속눈썹은 마스카라를 칠하면 화장한 티가 나 뷰러로 찝기만 했다.

홍보 회사에 다니는 전모(32)씨는 매일 아침 미스트, 아이크림, 탄력 세럼, 수분 세럼, 수분 크림, 프라이머, 파운데이션을 바른다. 눈에는 눈썹과 마스카라를 하고 입술엔 립밤이나 틴트를 한다. 전씨는 “이렇게 해야 푹 자고 일어난 것 같은 생기 넘치는 얼굴처럼 보인다”며 “다른 친구들도 스킨, 세럼, 수분크림, 프라이머는 기본이고 BB크림이나 쿠션 팩트에 틴트, 오일을 덧바르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씨가 사용한 화장품은 총 10가지, 김씨는 11가지를 썼다.

맥의 변 수석 메이크업 아티스트는 “화장한 티 안나게 하는 화장이 더 어렵다”며 “과거보다 훨씬 많은 제품을 세심하게 공들여 해야 한다”고 했다. “과거엔 BB크림이나 쿠션 팩트 하나만 바르면 생얼 메이크업이라고 했는데 이제는 기초 스킨케어 단계에서부터 촉촉하고 탱탱해 보이는 피부 표현을 위해 수분크림과 오일 같은 화장품을 바른다”는 것이다. 또한 BB크림도 얼굴 전체에 바르면 화장한 티가 나 보여 대신 안색을 개선할 수 있는 미세한 펄이 들어가 있는 프라이머를 얼굴 전체에 바르고, 잡티가 있는 곳이나 피부톤이 칙칙한 곳에만 묽은 파운데이션을 아주 조금씩 발라 결점을 살짝 가려주는 정도로만 한다.


생얼=신뢰감 주는 얼굴

왜 이렇게까지 공들여 생얼을 만드는걸까. 江南通新이 빅데이타 전문 분석업체 타파크로스와 함께 지난해 11월부터 3개월간 트위터·블로그·인터넷 커뮤니티 등 소셜 미디어에 생얼과 관련해 오른 글 2억8000여 건을 분석해 생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를 알아봤다. 조사 결과, 조사 대상의 78%가 생얼에 대해 ‘예쁘다’ ‘꿀피부’ ‘귀엽다’ 같은 긍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고, 22%만이 ‘부담스럽다’ ‘못생겼다’ 등의 부정적인 이미지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생얼과 함께 거론된 연관 검색어로는 연예인이 40%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는 ‘나혼자 산다’ ‘정글의 법칙’ 같은 방송 프로그램(29%), ‘비비크림’ ‘민낯크림’ 같은 뷰티(28%), SNS(3%) 순이었다.

생얼이 주는 긍정적인 이미지에 대해 곽금주 서울대 심리학과 교수는 “생얼이 주는 신뢰감이 있다”고 했다. 화장이라는 것 자체가 인공적이고 가공한 모습이다보니 피로감을 느끼기 쉬운 반면, 생얼은 자연스러운 모습이어서 보는 이로 하여금 경계심를 풀게 만든다는 것이다. 곽 교수는 “생얼의 경우 좋은 사람일 거라는 고정관념이 작용한다. 이는 사고를 많이 하지 않으려는 심리인 ‘인지적 절약성’이 작용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원문출처 : http://gangnam.joins.com/news/article/Article.aspx?total_id=17271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