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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 속 타파크로스/온라인채널

[타파크로스 뉴스] 화려하게 특별하게 … 달콤한 유혹

빅데이터로 본 디저트 사회학





3500원짜리 김밥 한 줄을 먹고 4500원짜리 카페 라떼 한 잔을 마신다. 가끔은 5500원짜리 케이크 한 조각도 곁들인다. 말그대로 배보다 배꼽이 큰 상황. 경제적으로는 분명 비이성적인 선택임에도 그 유혹을 떨쳐버리기란 쉽지 않다.

이 모든 게 10여 년 전만해도 상상도 못 하던 일이다. 당시엔 달달한 하우스와인이 신기한 디저트 메뉴로 소개되곤 했다. 지금은 흔해 빠진 마카롱이 ‘뭔지 몰라 사지 않는 과자’로 소외 당했던 것도 바로 그때다. 디저트에 관한 언론 보도 역시 ‘격세’를 말해준다. 2006년부터 2009년까지 ‘디저트’가 언급된 기사는 561건(중앙일보와 계열사 잡지 기준). 하지만 2012년부터 현재까지를 따지면 그 세 배 가까운 1416건에 이른다.

허나 이제 디저트는 유행이라기보다 익숙해져가는 식문화로 자리 잡았다. 거리 하나를 두고 커피 전문점이 열 손가락도 모자라게 들어차고, 동네 프랜차이즈 빵집에서도 푸딩과 마들렌을 갖춰 놓는 건 기본이 됐다. 세상의 거의 모든 달콤한 것들이 우리의 혀를 자극한다. 와플·초콜릿은 물론이고 소프트 아이스크림, 팝콘, 쿠키 등 종류는 무한대로 늘어났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더 고급스럽게, 더 특별하게 만드는 ‘디저트 2.0’의 시기라 할 만하다. 시장 규모만도 약 3000억 원 수준(업계 추산). 게다가 이것도 이웃나라 일본의 10분의 1수준이라니, 앞으로 얼마나 더 성장할지 알 수 없다.

이쯤되면 궁금해진다. 사람들은 대체 어떤 디저트를, 누구와, 무슨 이유로 찾게 되는 것일까. 


중앙SUNDAY는 그 실마리를 빅데이터에서 구해봤다. 분석 기관인 타파크로스에 의뢰해 올 1월 1일부터 2월 11일까지 트위터·블로그·카페·주요 커뮤니티 게시판 등에 올라온 디저트 관련 정보를 모았다. 초콜릿 소비가 일시적으로 급증하는 밸런타인 데이와 화이트 데이를 제외하고 기간을 정했다. 그렇게 모은 자료는 모두 114만 여건. 디저트가 우리 사회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또 무엇을 말해주는가를 알리는 단초였다. 그 결과물을 정리한 ‘디저트 사회학’이 바로 여기에 있다. 





[what] 빵·케이크 없이 디저트를 논하지 말라 



디저트의 대세는 무엇일까. 빅데이터 분석에 따르면 사람들은 커피 한 잔보다 조각 케이크, 빵, 쿠키, 마카롱 등을 더 많이 언급했다. 전체 데이터의 43%다. 흔히 후식으로 생각하는 커피·차 등 음료의 두 배 수준(22%). 말하자면 커피를 마시며 케이크를 먹는 게 아니라 케이크를 먹기 위해 커피를 곁들인다는 이야기다.

이런 분석을 뒷받침하듯 요즘 생겨나는 카페·식당들은 디저트, 특히 베이커리 제품을 제대로 갖춘 곳이 많다. 서울 명동 스테이트타워 1층에 자리한 ‘보버라운지’도 그 중 하나. 개점 전부터 줄을 서야 할만큼 인기 있는 브런치 레스토랑 겸 라운지인데, 한남동·청담동의 명소로 꼽히는 베이커리 ‘글래머러스 펭귄’의 케이크와 카페 ‘라부아뜨’의 마카롱을 숍인숍 형태로 입점시켰다. 신사동 가로수길의 ‘도레도레’ 역시 레스토랑과 카페를 함께 운영하지만 음식 메뉴보다 다양한 케이크로 더 많이 알려져 있다.

이와 함께 주목할 점은 전통 디저트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현상. 데이터상에선 디저트의 기본이라는 초콜릿·유제품(아이스크림·치즈)과 똑같은 비중(7%)으로 언급됐다. 최근엔 가로수길이나 강남역 등 주요 상권에서 모던한 인테리어의 ‘떡 카페’가 속속 생겨나고 있는 현상도 이를 보여준다. 이곳에선 음료 역시 굳이 수정과·식혜로 한정하지 않는다. 한 마디로 이제는 떡과 커피 한 잔의 조합이 그리 어색하지 않게 됐다. 




[where] 현지인도 모르는 맛 속속 상륙 



 ‘서울 편중’ 현상은 디저트에서도 예외가 아니다. 디저트와 함께 언급되는 장소의 54%가 서울이었다. 경기도(10%)까지 포함할 땐 수도권이 압도적이다. 강원·제주·울산·전주·광주·제주가 1%에 그치는 걸 보면 먹거리 신문화의 유입 속도도 짐작할 만하다.

흥미로운 건 디저트 장소와 관련 ‘해외’ 언급이 10%나 된다는 사실이다. 그만큼 국내에서 볼 수 없는 독특하고 유명한 해외 디저트에 대한 수요가 많다는 의미다. 남들이 못 먹어본 것을 찾으려는 욕구는 곧 국내 디저트 시장에 그대로 반영된다.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서 ‘뉴욕 최고의 디저트를 파는 곳’으로 언급됐던 ‘페이야드’가 2008년 국내에 매장을 연 것이 시초라면, 이제는 해외에서도 쉽게 맛 볼 수 없는 디저트가 국내로 상륙한다. 프랑스 최고 마카롱으로 꼽히는 ‘라 뒤레’, ‘초콜릿계의 에르메스’라 불리는 ‘라 메종 뒤 쇼콜라’ 등 세계 최고급으로 알려진 브랜드가 대표적인 예. 이들은 보통 매장을 희소성 있게 두기때문에 지역적 편중의 중요한 원인으로 작용한다.

[with & when] 연인·친구보다 가족이 우선



“지금 어떤 카페에 들어가든 딸기 디저트는 다 있는 것 같아요. 제일 좋아요. 넘 행복함 앞에 우리 엄마 손이…넘 귀엽죠?”

맛난 음식 앞에서 피는 물보다 진했다. 디저트와 연관된 대상으로는 단연 가족(56%)이 꼽혔다. 반면 친구는 31%, 연인은 7%에 그쳤다. 이는 디저트의 특성을 반영하는 수치이기도 하다. 주요 상권에 집중된 트렌디한 외식이지만 뜨거울 때 바로 먹어야 하거나 포장이 쉽지 않은 다른 음식들과 달리 언제든 테이크 아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디저트는 브런치의 뒤를 잇는 ‘주말 음식’으로 자리잡고 있다. 요일로 분석했을 때 디저트가 언급된 요일 중 주말이 75%를 차지했다. 다만 늦은 아침을 대신하던 브런치와 달리 디저트는 점심(40%)과 저녁(38%) 사이에 먹는 러너(Lunner)로 시간대를 달리한다. 차와 스콘·샌드위치 등을 곁들여 먹는 애프터눈 티도 이런 배경에서 점점 영역을 넓혀가고 있다. 




[how & how much] 소문난 디저트 맛보려면 케이크 하나 값 



기네스북에 등재된 세계에서 가장 비싼 디저트는 뉴욕 레스토랑 세렌디피티3의 ‘프로즌 오트 초콜릿’으로 한 접시에 2만5000달러(약 2700만원)를 호가한다. 마다가스카르산 바닐라와 이탈리아산 아메데이 초콜릿 등 최고급 재료에 23K 식용 금박이 둘러져 있다. 전용 금스푼까지 제공되니 그야말로 금수저 물고 태어난 이들만 영접할 수 있는 간식인 셈이다.

비록 이 정도는 아니지만 사람들이 디저트에 마음을 여는 가격도 한층 후해졌다. 가격이 병기된 디저트 지출 패턴 643건을 분석한 결과 가장 많이 등장하는 최빈값은 1만원으로 나타났다.

평균값은 무려 2만4000원. 특별한 디저트를 맛보기 위해서라면 프랜차이즈 제과점에서 판매하는 케이크 가격 정도는선뜻 지불할 수 있다는 얘기다.

디저트를 둘러싼 감정에서도 이같은 변화는 찾아볼 수 있다. 구매자의 85%는 긍정적인 감정을 표현했다. ‘맛있다(20%)’ ‘달콤하다(18%)’ ‘예쁘다(10%)’는 미각과 시각의 경험은 ‘기분이 좋다(29%)’는 만족감으로 발현됐다. 이탈리안 레스토랑 테이스팅룸의 안경두 대표는 “주문이 들어오면 그때부터 만들기 시작하니 정성과 시간의 가격이 더해질 수밖에 없다”며 “뜨거운 냄비 위에 나온 아이스크림과 오레오 쿠기를 직접 부셔가며 먹는 것은 미리 만들어놓은 디저트에서는 맛볼 수 없는 경험”이라고 설명했다.

[why] 밥 대신 디저트 약속, 맛보단 멋 따라 


전문가들은 디저트 열풍에 대해 ‘스몰 럭셔리’라고 입을 모은다. 이는 가격보다는 소비의 방향성에 관한 문제이기도 하다. 건강(For health), 싱글(One), 여가(Recreation), 편의(More convenient), 고가(Expensive)의 앞글자를 따 만든 ‘포미(Forme)족’이란 신조어처럼 나를 위한 것이라면 기꺼이 대가를 지불할 준비가 되어있단 얘기다.

하지만 실제 소비자들의 디저트 구매 패턴 분석 결과는 조금 다르게 나타났다. 디저트 섭취 이유에 대해 식사 대용이라고 답한 사람이 절반 이상(52%)이었다. 으레 친구들과 잡던 밥 약속, 술 약속 대신 ‘디저트 약속’이라는 새로운 현상이 등장한 것이다. 맛(12%)보다는 유명세(27%)를 꼽은 것도 같은 맥락이다.

속속 생겨나는 디저트 전문점은 이같은 수요를 파고들고 있다. 월드 디저트 카페를 표방하는 투더디프런트 김주원 기획팀장은 “세계 각국의 유명 디저트 브랜드를 찾아가 한국 소비자 입맛에 맞는 상품을 발굴 및 개발하고 있다”며 “프랑스ㆍ일본 등지에서 인기를 끈 제품은 시차가 있을 뿐 한국에서도 반드시 통한다”고 설명했다.

SNS는 이를 전파하는 기폭제가 된다. 김정윤 푸드칼럼니스트는 “우리나라 식단이 점점 서구화되면서 기존에 없던 디저트 시장 자체가 새롭게 생겨나고 있는 것”이라며 “가장 화려한 모양을 뽐내는 디저트는 자신을 보여주기 위한 사진 기반의 SNS 속성과 맞아떨어진다”고 분석했다.



* 원문출처 : http://sunday.joins.com/article/view.asp?aid=37256&cat_code=08&start_year=2015&start_month=03&end_year=2015&end_month=03&press_no=417&page=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