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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감성토크] B급 코드 _ "SECOND"


▒ 'B급'  코드


예상할 수 없는 원초적인 즐거움으로 우리의 알 수 없는 욕구를 만족시켜주는 ‘B급 코드’ 는 언제부턴가 우리가 자연스럽게 갈구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 잡았습니다. 사실 ‘B급’은 1940년대 할리우드에서 대작영화에 끼워 팔기 위해 저예산으로 만든 영화를 지칭하는데서 나온 말인데요. ‘B'는 동시상영 때 두 번째로 나온다는 ‘second'의 의미였다고 합니다. 당시 저예산 영화를 만들며 개런티가 낮은 배우들을 섭외하고, 쉽고 뻔하게 전개되는 스토리, 얄팍한 주제, 자극적인 설정, 억지스럽고 과장된 배우들의 연기들이 ’B'급 영화의 주를 이루었지만, 저예산이었기에 감독 고유의 작품성과 실험성이 반영되어 다양한 작품들로 나타나게 되었습니다.


  

<왼쪽 : 로저커먼 _ '백만개의 눈을 가진 괴물', 가운데 : 마이클 커티즈 _ '밀드레드피어스', 오른쪽 : 에드가 G.울머_'우회'>


아마도 ‘B급’ 문화와 통하는 한 맥락으로 ‘키치’ 문화를 떠올리는 분들이 많을 거라고 생각되는데요. 사실 키치의 개념이 언제 처음 등장했는지 어원이 정확히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저급한 대중의 예술적, 문화적 취향을 가리키는 용어라는 것에서 ‘B’와 통하는 것이 아닌가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 B급 문화를 바라보는 시선


‘B급’ 문화를 바라보는 인문학적 관점으로는 ‘B급’ 문화가 우리 사회의 소외된 욕망의 목소리, 기존 사회에 변화와 개혁의 열망을 담아낸다고 이야기합니다. 다수의 사람들은 잘 만들어진 완벽함에는 답답함을 느끼며, 무언가 조악하고 어설픈 그림과 영상이지만 결핍과 패배를 아는 자들만이 알 수 있는 기호를 보며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는 것입니다. 가령, 최근 방영중인 tvN의 <초인시대>를 시청하며 20대 젊은이들은 자신의 처지와 등장인물들이 처한 모습을 오버랩 시키며 ‘병맛’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것입니다. 참을 수 없는 현실의 무거움이나 고민들을 과장스러운 유머로 승화시킨 것이죠.


사실 ‘병맛’ 문화는 때로 과격하고 놀랍도록 저질스러울 때도 있지만, 그들이 만든 수준 낮은 B급 저질 문화가 전문 인력에 의해 생산된 콘텐츠를 종종 압도하곤 합니다. 가령 과거 웹툰이 막 시작되려 할 때 ‘이말년’과 ‘조석’같은 작가들에 의한 ‘병맛’ 만화들은 이후 ‘B급 문화’의 컨텐츠로 하나의 팬덤을 형성하며 자리 잡았고, 그 인기가 꾸준히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왼쪽 : 이말년_'이말년 시리즈', 오른쪽 : 조석_'마음의 소리'>



- 'B'급의 선


 


최근 한 동안 이슈가 된 예능의 한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바로 ‘B급 코드’로 예능을 꾸려나간 무한도전의 ‘식스맨’ 프로젝트입니다. 무한도전은 ‘그놈들’로 인해 공석이던 자리를 새로운 멤버로 메꾸기로 결정, 21명의 후보들을 통해 최종 식스맨을 선발하는 것이었는데요. 결과적으로는 제국의 아이들 ‘광희’가 식스맨으로 선정되었지만, 유력 후보였던 장동민이 식스맨 후보를 사퇴하는 일이 발생했습니다. 그 까닭은 ‘B급 개그’로 인기를 끌던 장동민이 과거 팟캐스트 방송 당시했던 발언 때문인데요. 과거 팟캐스트에서 B급 개그로 방송을 했던 장동민은 팟캐스트 방송 중 여성비하, 폐륜 발언 등으로 네티즌들에게 질타를 받게 되었습니다. B급 개그로도 인정받지 못한 언행으로 질타를 받고 표면적인 사과의 의미로 팟캐스트 방송을 내리며 상황이 일단락 됐지만, 최근 무한도전 식스맨으로 그의 입지가 유력해지면서 무한도전 ‘식스맨’으로서의 그의 인격적 자질에 대한 문제가 언급되기 시작한 것입니다. ‘B급 개그’로 사랑받은 장동민이 그를 있게 한 ‘B(삐)' 때문에 다시금 그의 자질을 의심받게 된 것입니다. 




앞서 말한 것처럼 사람들은 예상할 수 없는 원초적 즐거움, 억지스럽고 과장된 설정, 감정의 과잉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카타르시스를 ‘B급 문화’의 매력으로 생각합니다. 하지만, 이번 사건으로 'B급‘에도 급이 있음을 알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소셜미디어상에서 이루어진 ‘장동민’에 대한 담론들을 살펴보면, 미숙한 “발언”에 대한 질타가 이어졌는데요. 그가 평소 브라운관을 통해 보여주던 ‘마초적’ 개그와 ‘막말’까지는 재미로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혐오’ 발언이나 ‘무성의’한 사과에 대한 태도는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이 대다수였습니다. 하지만 그의 그런 개그들에 대해서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있었는데요. B급 개그를 보여주던 그가 A급 문화로의 경계선을 넘기 위해서는 당연히 불거질 수밖에 논란이라는 것이었습니다. 과거 김구라가 인터넷 방송을 통해 했던 언행들이 장동민과 별반 다를 것이 없음에도 그가 이렇게 질타 받아야 하는 이유를 우리가 다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는 내용들이었습니다.


# ‘등신 같지만 멋있어’ 억울한 눈꼬리의 유병재, TV 속 연예인과 ‘나홀로 연애중’, 과거 무한도전의 알래스카에서 ‘김상덕 찾기’ 등 어딘가 이상하지만 알 수 없게 우리의 엔돌핀을 자극하는 ‘B급 문화’ 앞에서 우리는 그것을 있는 지식을 총동원하여 고민할 필요는 없습니다. 원초적인 웃음을 자아내는 ‘B급 문화’ 앞에서 고민은 사치에 불과하기 때문이죠. 아마도 ‘B급 문화’의 선에 대해서는 조금은 더 고민해 봐야 할 것 같지만, 우리의 지친 마음과 불안한 내일을 달래 줄 ‘병맛’ 넘치고 ‘잉여력’ 넘치는 ‘B급 문화’들을 조금은 여유있게 바라봐도 괜찮지 않을까라고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