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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감성토크] 가면사회

이미지 : 영화 <The Mask, 1994>



▒ Persona


Persona는 그리스 어원의 ‘가면’을 나타내는 말로 ‘외적 인격’ 또는 ‘가면을 쓴 인격’을 뜻합니다. 흔히들 Persona는 배우가 연기 생활을 하면서 맡았던 여러 배역의 인격부터, 사람들에게 알려진 사생활의 요소를 가지고 개발한 자아상을 말하죠. 즉, 배우들이 배역을 맡아 연기에 임할 때 왕의 역할을 맡으면 왕처럼, 거지 역할을 맡으면 거지처럼 행동하고 생각하게 만들 수 있는 힘을 주는 것이 바로 이 Persona(가면)인 것입니다. 그런 배우의 모습을 생각했을 때 ‘가면’은 인간의 심리와 밀접한 관련이 있음을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평소에는 두려워하거나 하지 못했던 일도 가면 하나만 쓰면 그 두려움을 잊고 거뜬히 해내는 모습을 보여주니깐요. 무엇인가로 나를 감추고 또 다른 나를 드러내는 아이러니함, 그것이 바로 이 이 ‘가면’에 숨겨져 있는 것입니다.


- 가면, 또 다른 나를 드러내다


최근 들어 더 인기가 많아진 <복면가왕>이 바로 이 ‘가면’에 나를 감추고 또 다른 나를 드러낸 대표적인 프로그램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외모나 명성, 여타 선입견 없이 노래 실력만으로 평가받고 싶었던 이들에게 그 자리를 내주었기 때문입니다. 출연진은 아이돌이라서, 배우라서, 연기자라서 노래를 잘 못 할 거라는 편견과 선입견을 가면으로 맞서며 자신들의 또 다른 모습을 드러낼 수 있었죠.



이렇게 예능 프로 뿐 아니라, 드라마에도 ‘가면’의 모티프는 빈번하게 등장하고 있습니다. 학교 시리즈로 인기를 끌고 있는 <후아유 학교 2015>는 쌍둥이 언니의 이름으로 또 다른 인생을 살아가는 주인공의 모습에서 본래 자신의 모습과는 다른 모습을 발견하며 방영되고 있고, 얼마 전 방영을 시작한 <복면검사>의 경우에는 낮에는 전형적인 속물 검사지만 밤에는 복면을 쓰고 죄인을 벌주는 이중적인 모습을 보이며, ‘가면’ 뒤의 또 다른 자신을 드러내죠. 뿐만 아니라, 곧 방송될 <가면>이라는 드라마는 판자촌에 사는 백화점 점원이 자신의 도플갱어인 상류층 여성으로 살기 위해 가면 뒤로 진짜 자기 모습을 숨기며 살아가는 것에서 ‘가면’을 사용한 것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미지출처 : 각 사 드라마 홈페이지>


이렇듯 자기와 다른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예능이나 드라마로 많이 모티프화되는 이유는 각박한 사회에서 ‘다른 사람’이 된다는 설정이 우리들에게 묘한 설렘을 주기 때문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본 모습을 감춰야만 욕망이나 꿈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로부터의 감정이입 혹은 감춰진 욕망의 시대에서 우리의 모습을 발견했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것입니다.


- 가면, 그 양면성


하지만, 이 ‘가면’이 우리에게 늘 좋은 모습으로만 나타나는 것은 아닙니다. 일상 속에서 생활하는 모든 이들과 두루 어울리기 위해 쓰고 있던 ‘사회적 가면’, 그 뒤에 머물러 있던 그림자 드리운 나의 또 다른 모습이 때로는 생각지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는 것입니다. 가령, 인터넷에서 내가 ‘나’이지 않을 때 오프라인에서는 할 수 없었던 험한 말과 행동들을 하며, 그 익명성 뒤로 숨게 되는 것입니다. 


얼마 전, 불거졌던 배우 조승우씨의 팬 차별 논란도 이 ‘가면’의 익명성에 기인한 것이었죠. 디시인사이드 갤러리에서 활동하는 팬들에게 왜 실명을 쓰지 않는지, 왜 욕을 하는지에 대해 물으며 갤러리를 하지 마라고 말한 것이 해당 팬사이트의 팬들에게 화를 산 것이었습니다. 이후 조승우씨는 자신이 견디기 힘든 건 팬들이 보이는 이중적인 모습 때문이라고 입장을 표명하며, 자신의 앞에서는 안그런 척, 상냥한 척 하지만 결국 디시에서 익명이라는 가면을 쓰고 전혀 다른 사람으로 돌변하는 것이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것이었죠.


 


이렇듯 가면은 우리에게 또 다른 나로 살아갈 수 있는 용기와 힘을 주기도 하지만, 또 다른 내 모습에 숨어 이중적인 모습으로 살아가게 만들기도 합니다.



# 사실 ‘가면’을 하나도 가지고 있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가면(persona)'은 우리의 사회적 역할에서 기인한 것이기 때문이죠. 사회적 환경에 잘 적응하고 조화를 이루기 위해 만들어낸 ‘원형’인 ‘가면’, 그렇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잘 적응하기 위해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역할이 생기면 언제고 그에 걸맞은 가면을 꺼내 바꿔 쓰면서 살아가고 있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우리가 가진 가면에 대해 ‘좋다’, ‘나쁘다’라고 단편적으로만 얘기할 수가 없는 것이죠. 그럼에도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어떤 모습의 가면이든 결국 ‘나’에게서 기인했다는 것입니다. ‘용기’를 낼 가면을 쓸 것인지, ‘이중성’을 보일 가면을 쓸 것인지는 결국 우리의 선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