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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 속 빅데이터/빅데이터 인사이트

[빅데이터 인사이트 34호] 육아, 엄마의 마음(빅데이터로 살펴본 2014 대한민국 육아)














육아, 세상에는 수없이 많은 어렵고 힘든 일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제일을 꼽는다면 바로 아이를 키우는 일일 것이다. 아이를 보살피는 과정에서  소모되는 노동력은  차치하더라도, 한 생명을 참된 인간으로 길러내는 일의 무게란 결코 얕볼 수 없는 것이다. 흔히 회자되는 ‘하느님이 모두를 일일이 돌볼 수 없어, 대신 엄마를 내려보냈다’는 말은 엄마라는 존재의 무거움을 여실히 드러낸다. 대부분 지금보다 많은 자녀를 낳고 육아과정에 서 남편의 도움을 기대할 수 없던 유교 사회에서의 고됨을 생각하면, 오늘날의 현실은 나아 보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심리적 피로에 대해서만큼은 현재의 엄마가 과거의 엄마를 앞지를 것이다. 그 이유는 현대사회에서 작동되는 ‘불안’이라는 교묘한 심리 때문이다. 경쟁이 만연하고 가치가 물화되어 가는 현실에서 엄마들은 타인과의 ‘비교’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나만 안해주면 우리 아이가 뒤쳐질 지도 모른다는 ‘불안’이 엄마들로 하여금 완모에 목숨 걸게 하고, 명품 유모차를 끌게 하고, 화려한 돌잔치를 예약하게 한다. 한 마디로 2014년 대한민국의 엄마들은 ‘육아전쟁’을 치르고 있는 것이다. 본고는 빅데이터 분석 전문 플랫폼 ‘트렌드업’을 통해, 이러한 현상이 대두된 사회·문화적 배경과 원인을 분석해보았다. 

  지난 2년간  SNS상에 나타난 육아에 대한 담론은 지속적으로 높게 나타나고 있었다. 또한 온라인상의 각종 육아 전문 커뮤니티 역시 높은 인기를 구가하고 있음을 살펴볼 수 있었는데, 대표 커뮤니티인 ‘레몬테라스’와 ‘맘스홀릭’의 경우 회원 수가 각각 195만 명, 180만 명에 달했다. 그 외에도 다양한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육아에 관련된 활발한 담론이 생성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엄마들은 육아 중에서도 무엇에 가장 큰 관심을 가지고 있을까. 데이터 분석 결과, 가장 관심이 높은 것은 교육(31.2)%으로 나타났으며, 그중에서도 특히 ‘책 읽기’와 ‘영어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 다음으로 육아용품이 23.9%, 이벤트가 19.8%순으로 뒤를 이었다. 최근의 교육열을 반영하듯, 역시 교육에 대한 관심도가 가장 높았지만, 아이에게 좋은 추억을 만들어주기 위한 사진촬영이나 돌잔치 등의 이벤트에 대한 관심 역시 높다는 점이 주목할만 하다. 그때가 아니면 남길 수 없는 아이의 찬란한 성장과정을 의미있게 남기려는 엄마들의 생각이 반영된 까닭이다. 이렇게 육아에 관심이 많은 엄마들이 정보를 얻는 곳은 어디일까. 엄마들이 육아 정보를 가장 많이 얻는 곳은 바로 ‘온라인 커뮤니티’였다. 인터넷의 발달로 관계망이 확대되고 정보 공유 플랫폼이 생성됨에 따라, 육아 관련 담론 역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가장 활발하게 전개되고 있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박람회, 전문 육아강좌, 책 등을 통해 육아정보를 수집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네이버 육아 커뮤니티 ‘맘스홀릭’의 경우, 회원 수만 180만 명을 보유하고 있으며 다양한 정보의 교류와 제품의 공동구매까지 이루어지고 있어, 육아에 대한 엄마들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다. 그리고 엄마들이 육아용품 중에서 가장 많이 구입하는 것은 의류(32%)였다. 유모차, 카시트와 같은 외출용품이  28%, 기저귀, 화장지 등의 생활용품이 15%로 그 뒤를 이었다. 한편 선호 브랜드에 있어서는 국내 보다는 수입 브랜드의 비중이 높게 나타났다. 수입브랜드의 가격이 국내브랜드보다 높지만 아이를 위해서라면 값비싼 프리미엄 제품들도 마다하지 않는 엄마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이처럼 육아정보 및 용품구매에 적극적인 엄마들이 육아용품을 구매하는 곳이 어디인지 살펴보았다. 가장 많이 언급된 구매채널은 쇼핑몰과 마트로, 아무래도 백화점보다 가격이 저렴하다는 점에서 선호도가 높게 나타났다. 그러나 최근에는 구매채널이 확대되면서 직구, 박람회를 이용하는 엄마들도 증가하고 있다. 직구의 경우, 국내에 들어와 있지 않은 제품 및 브랜드도 구매할 수 있으며, 가격도 백화점에서 사는 것보다 20-30%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에 근래에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다. 이밖에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한 중고거래 역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었다.  분석 결과, 대한민국의 많은 엄마들이 각종 매체를 통해 육아정보 수집에 적극적이며, 아이를 돋보일 수 있게 할 수 있다면 프리미엄 제품에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그렇다면 이들은 왜 이토록 ‘육아’에 열정적인 것일까? 

 첫째는 자신이 이루지 못한 것을 자식을 통해 이루려는 엄마의 대리만족 욕구 때문이다. 이러한 심리는 특히 ‘교육’과 연결되는데, 세상의 모든 엄마들은 자신이 겪은 세상의 어려움을 자식에게 대물림하고 싶지 않다. 그러므로 경제적 어려움도 없고, 사회적 지위도 높은 훌륭한 사람으로 성장했으면 하는 엄마의 마음이 육아, 그 중에서도 교육에 대한 열렬한 관심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둘째는 엄마의 과시욕 때문으로 해석할 수 있다. 구매 채널 및 육아정보 채널이 늘어나고, 정보량이 많아지면서 엄마들의 눈은 자연스레 더 높아지게 되었다. 게다가 온라인 상의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타인의 육아생활을 공유할 수 있게 되며 ‘비교심리’가 작용하게 되었다. 즉, 엄마는 자신의 아이가 조금 더 똑똑하고 예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갖게 되고, 이 때문에 고가의 프리미엄 제품을 서슴없이 구매하게 되는 것이다. 이토록 아이에게 열성적인 엄마들도 ‘육아’에 대한 어려움은 어쩔 수 없었다. 육아에 대한 엄마들의 감성을 분석한 결과, 힘들다고 토로하는 비중이 33.6%로 가장 크게 나타났다. 다음으로는 행복하다(26.4%), 기쁘다(22.0%) 순으로 나타났으며, 그 외에도 부담된다, 우울하다 등이 언급되고 있었다. 예쁜 옷을 입히고 좋은 것을 해줄 때 행복감을 느끼지만, 경제적 지출에 대한 어려움과 아이에게 모든 초점이 맞춰진 생활에서 오는 우울감을 발화하는 목소리도 많았다.지금까지 육아에 대한 대한민국 엄마들의 마음을 살펴보았다. 2014년 대한민국에서의 ‘육아’란 콤플렉스(complex) 그 자체다. 너무 많은 정보와 제품들이 범람하고, 그에 따른 지나치게 많은 생각들이 혼재되어 있는 것이다. 육아 철학에서부터 교육, 저축 플랜, 영양 섭취에 관한 조언, 심지어 놀이마저 교육성을 따져야 하는 등 현실은 과잉되어 있다. 엄마들은 너무나 많은 선택지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그 사이 행복은 진정한 의미를 잃게 되었다. 

 너무나 바쁘고 숨가쁜 엄마 역할에서 벗어나 아이들을 즐기면서 키우는 것이 필요한 시점이다. 엄마가 입히고 먹이고, 모든 것을 엄마가 짜 준 시간표에 맞춰 생활하게 하는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인생을 선택할 수 있도록 지켜봐주는 것이야말로 참된 육아관일 것이다. 또한 무엇보다도 엄마가 자신의 삶에 대한 여유를 가지고 행복을 찾아나갈 때, 아이에게도 행복을 줄 수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