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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감성토크] 설득하지 말고, 증오하게 만들어라!





 설득하지 말고, 증오하게 만들어라!

              -증오마케팅의 부상에 대하여-  

 



여러분, 2015년 전세계를 강타한 영화 킹스맨을 기억하시나요? 중년의 멋진 스파이와 인생을 막장으로 사는 낙오자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영화였지요. 이 영화에서는 영국의 차브(chav:미래를 잃어버린 영국 하층 청년)’계층이라 불리는 비루한 주인공이 중년의 스파이를 만나 세련된 모습으로 변모하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차브란 무절제한 소비와 항락적인 행위를 하는 영국의 2030대 젊은 청년들을 직시하는 말인데요. 영국에서는 상시적인 저임금과 비정규직 문제에 시달리는 젊은이들은 자신들의 생계를 위협하고 있는 이민자에 대한 증오가 상당할 것이라고 보고 있습니다.

 


그런데, 최근 영국의 브렉시트 국민투표에서 충격적인 결과가 나타났습니다. 언론과 수많은 경제학자들은 당연히 차브 계층이 브렉시트 국민투표의 찬성표의 대부분을 차지할 것이라고 예측을 했습니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오히려 젊은층은 브렉시트 잔류를 원했지만, 영국 백인 중장년층이 압도적으로 탈퇴를 찬성하는 이상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한 가지 흥미로운 건 미국 대통령 선거에서 약진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의 지지자들도 영국 브렉시트 탈퇴 찬성자들과 유사한 경향을 보인다는 것입니다


과격하고 보수적인 이미지로 생각되는 트럼프 후보의 지지자들은 일반적으로 레드넥(REDNECK)’이라는 분석이 있습니다. 레드넥이란 총기소유를 지지하는 절실한 기독교 신자로, 동성애를 혐오하고 대부분 고등학교 졸업장을 받지 못한 노동자 계층이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실제로 트럼프 지지 기반중 상당수가 부유한 고학력의 여피족(Yuppies)이라고 밝혀졌지요결과적으로 브렉시트 찬성자와 트럼프 지지자들의 논리는 아래와 같이 유사합니다



EU의 이민자 수용 정책이 자국민의 복지 혜택을 축소시킨다 -브렉시트 지지자


흑인과 이민자 복지에 신경 쓰게 되면서 백인들의 세금이 낭비되고 인종차별주의자라 오인당하며 역차별을 당하고 있다. -트럼프 지지자-

 


게다가 트럼프가 증오가 섞인 막말을 할수록 지지도는 올라가는 기이한 현상까지 나타났습니다. 그렇다면 전 세계적으로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는 것일까요? 그것은 타인을 혐오하는 증오의 감정이 이유 있는 분노로 결집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분노는 SNS를 타고 타인을 설득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공감의 논리로 확장되고 있는 추세입니다. 브렉시트 찬성자와 트럼프는 이러한 증오심을 유용한 선전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고, 증오마케팅이 상당한 효과를 발휘한다는 것을 증명해 냈습니다


얼마 전 SNS에서는 스타벅스 불매 운동이 일어났습니다. 스타벅스에서 오늘의 커피를 군장병에게 무료로 제공한다는 이벤트가 여성들의 심기를 건드렸기 때문인데요. 그간, 남성들의 된장녀라는 혐오에도 불구하고 열렬히 소비했던 스타벅스가 반대편자들에게 혜택을 준다는 소식에 여성들이 심한 배신감을 느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빅데이터 분석결과 스타벅스 불매운동에 대한 관심이 약 16,534건이나 나타나며 사회적인 주목 이슈로 급부상 합니다. 이성적으로 판단해보면 여성들의 행동이 옳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분노는 SNS에서 감성적 동조 현상을 만들어내며 스타벅스를 불매의 반열에 올려놓습니다.


 


비슷한 사례는 또 있습니다. 얼마 전 할랄 식품단지를 반대하는 격렬한 시위가 있었습니다. 대부분 할랄 식품을 반대하는 시위자들은 이슬람을 혐오하는 기독교인일 것이라고 오인합니다. 하지만, 그 안에는 농어민들의 역차별에 대한 반발의 정서가 깔려 있었습니다. 국가에서 농어촌에 대한 지원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할랄단지를 위해 5500억이상의 돈을 투자한다는 논리가 SNS를 떠돌고 있기 때문입니다.(실제가 아닌 유언비어입니다!) 


애써 유용한 정보와 펙트라는 이름으로 어렵게 포장하여 설득하는 것 보다 감정을 건드리는 것이 훨씬 쉽고 즉각적인 반응을 불러일으키는 시대가 되고 있습니다. 아울러 혐오에 역차별이라는 억울함을 담는다면 죄의식은 분노에 희석되며 새로운 정당성이 부여되는 기제로 작용하게 됩니다


이처럼 이유 있는 분노가 집결되기 시작하면서, 최근에는 증오가 효과적인 설득 수단이자 수익을 창출 할 수 있는 수단으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정의에 대한 논리가 빠진 증오는 자신과 비슷한 처지에 있는 사람들의 감성을 건들기만 하면 되기 때문에 노이즈마케팅보다도 훨씬 더 설득력 있는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는 추세입니다.

 

 

<이미지 출처: Google>

 

여성혐오에 대항하는 메갈리안 커뮤니티는 자신들의 커뮤니티를 지키기 위한 모금 운동으로 티셔츠 구매를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있습니다. 또한 일간베스트에서도 커뮤니티 캐릭터를 상품화한 제품이 생각보다 더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고 합니다아울러 수익구조가 없는 팟캐스트에서는 같은 뜻과 분노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방송을 듣고 공감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시민들의 분노가 PPL 통한 후원과 청취자들의 구매 효과로 이어지며 인터넷 광고업계를 뒤흔들 만큼 강력해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증오마케팅이 설득의 중요한 기제로 작용하고 있지만 증오가 판을 치는 세계는 너무도 위험합니다. 왜냐면 관용과 포용의 미덕을 우리의 세계에서 추방시키는 결과를 가져오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비단 우리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촌의 문제입니다. 잘못된 것을 고치려는 분노는 정당한 행위이지만, 자신들의 불편과 어려움만을 호소하는 증오라는 적개심은 그동안 참아왔던 분노를 실어 더 큰 폭력을 행사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영국에선 브렉시트 국민 투표 결과가 발표된 후 인종차별에 대한 범죄가 급증하자 SNS에선 혐오 범죄를 마주하는 이들이 혼자가 아니며, 그들이 영국에 있을 권리를 지지한다!’는 뜻으로 옷깃에 옷핀을 다는 캠페인이 진행되고 있습니다.

 

 

 

                                                                                          <이미지 출처: Google> 


증오와 증오를 혐오하는 인간애가 공존하는 SNS의 세계는 실로 오묘하고 복잡해지고 있습니다. 여성혐오나 이민자에 대한 증오를 당연시 하는 사례는 우리사회를 작은 이익집단으로 분열시킬 뿐 만 아니라 서로에 대한 오해와 적개심을 강화시킬 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증오가 수익으로 연결될 때 증오마케팅은 훨씬 더 강력한 힘을 얻게 될 것입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 2016년 하버드대 졸업 연설에서 현실세계의 영웅이 되라라고 조언합니다. 그는 우리의 현실세계는 인종차별주의, 동성애 혐오, 계급갈등 등 다양한 악당으로 가득차 있으며, 이러한 증오가 어떻게 시작 되었는가를 스스로 자문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그는 증오에 대한 유일한 해답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며, 공포를 호기심으로 대체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힙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조언처럼 상대방을 악마라고 지적하는 것보다 상대를 이해하고 포용하는 시각이 더욱 절실해지는 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