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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데이터 감성토크] 메르스만큼 무서운 연애, ‘안전이별’을 아시나요?





 메르스만큼 무서운 연애, ‘안전이별을 아시나요?

 


매미가 울지 않던 작년 6월, 출근길 간간히 들려오는 기침소리가 전쟁터의 폭격소리보다 더 무서웠지요. 우리는 기침하는 이웃에 대한 염려보다 불안전에 대한 염증에 더 찌들어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시기 저는 마스크를 쓰고 메르스 고위험 지역을 거쳐 회사로 출근해야 했지요. 당시 사회적 초점은 당연히 ‘메르스의 여파’에 대한 것이었는데 응당 감염경로가 되기 쉬운 목욕탕, 피트니스클럽, 학원등 공중장소를 기피하라는 것과 소비 트렌드적으로는 비대면 서비스나 불황형 소비등이 주요 이슈로 부상했지요.




<이미지출처 : 안전이별과 데이트폭력간의 상관성 및 관련 연관어 분석 / 타파크로스 Trendup3.0>



그런데, 특이하게도 메르스 연관 검색어에 ‘이별살인’과 ‘안전이별’이 나온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별이라는 것이 본래 슬픔을 표현하는 감성어인데, 살인과 안전이라는 단어가 달라붙는 것이 너무 극단적이고 비상식적인 느낌이 들었습니다.



안전이별이란, 스토킹 당하지 않고, 감금당하지 않고, 얻어맞지 않고, 사진이나 동영상 유출 협박에 시달리지 않는 자신의 안위와 자존감을 보존하면서 이별하는 법을 뜻하는 신조어입니다. 안전이별 담론이 부상한 계기는 여성혐오 담론이 등장하고 나서부터 급격히 커지는데요. 특히 안전이별 담론이 급부상했던 2015년 6월에 정의를 부르짖던 진보 논객과 따뜻한 왕자님 이미지의 연예인이 데이트폭력의 주체라는 충격적인 사실이 밝혀지면서, 누리꾼들이 안전연애, 안전이별이라는 단어를 인식하게 되는 결정적 계기로 작용하게 됩니다. 게다가 이즈음 여성혐오 현상이 사회적으로 확대되면서 메르스갤러리라는 여성 커뮤니티에서는 ‘여성을 혐오하는 찌질한 남성들이 울분을 표현하기 위해 ‘데이트 폭력’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논리‘가 SNS에서 확산되게 되지요. 이쯤에서 눈치 채셨겠지만, 메르스와 안전이별의 상관관계는 여성혐오와 맞닿아 있습니다.


특정 커뮤니티의 여성들이 남성들을 잠재적 범죄자로 보는 것처럼 몇몇 남성들 역시 매우 섬뜩한 신조어를 내놓게 됩니다. 바로 ‘삼일한’이라는 단어인데요. 삼일한이란 ‘삼일에 한번씩 이라는 뜻으로, 여자와 북어는 삼일에 한 번씩 패야 말을 듣는다는 뜻의 축약적 표현입니다. 故 김대중 대통령의 유명한 말 중 ‘민주주의도 후퇴할 수 있다’는 말이 있지요. 마치 이 말처럼 이미 선진국 반열에 오르며 여성 인권에 대한 존중사상이 90년대 이후 크게 확장된 것과 달리 2016년엔 여성을 다시 때려야 하는 존재로 보는 퇴보적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이미지출처 : 경향일보 1991812일 기사>


사진설명- 90년대 이후 여성에 대한 폭력을 근절시키기 위한 사회적 의제화와 법/제도적 장치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얼마 전 방영되어 많은 사랑을 받은 응답하라 1988에도 여성에 대한 폭력과 폭언이 나왔지요. 이를 보는 대다수가 당시엔 그땐 그랬지 라고 생각하는 것을 보면 여성의 이미지는 집에서도 바깥에서도 좋게 대우받진 못했던 것 같습니다.


하물며 인권변호사였던 故노무현 대통령의 자서전에서도 당신께서 빈농으로 태어나 여자는 때리고 쥐잡듯이 잡아야 하는 대상으로 알았지만 여성운동을 접하고 나서 권양숙 여사에게 용서를 구했다지요. 훗날 대선 때 장인의 ‘사상적 이력’ 때문에 색깔론으로 공격 받을 때 "아내를 사랑하면 대통력 자격이 없다는 것입니까? 그런 아내를 가지고 있는 사람은 대통령자격이 없다고 판단하신다면 저 대통령후보 그만 두겠습니다!"라는 한마디로 대한민국 주부들의 가슴을 울렸던 걸 본 기억이 납니다.



이러한 상호간의 존중과 화합적 분위기가 불과 몇 년 사이 여성은 ‘얄미운 얌체 이미지’를 넘어 ‘극도의 혐오스러운 이미지’로 퇴보하고 있는듯합니다. 그렇기에 때려서 말을 듣게 해야 하고 여자는 남자의 가르침을 받아야만 한다는 위험한 생각들이 퍼지고 있는 것입니다. 사실 이러한 사고방식은 동아시아권에선 오래전부터 당연시되던 생각이고, 여전히 변화되지 않은 채 여성의 삶을 수동적이고 불행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재미있는 사례로 한류로 전세계에 퍼진 한국드라마 팬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장면이 무엇인줄 아시나요? 고부간의 갈등도 아니고 출생의 비밀도 아니며 재벌가의 사랑도 아닌 ‘성난 표정의 남자가 아무 말 없이 다짜고짜 여성을 거칠게 이끌고 다른 장
소로 가거나 벽에 던지거나 어딘가에 던진 이후 박력!있게 남성성을 어필하고 키스하는 장면’이라고 합니다. ^^;; 


<이미지출처 : SBS드라마 파리의 연인 장면>


 

얼마 전 남성잡지 맥심(2015년 9월호 표지)의 잡지커버가 SNS에서 이슈가 된 적이 있지요. 표지를 보면 아시겠지만, 남성에 의해 강간, 살해당하고 있는 장면을 연출해 여성에 대한 폭력을 부추긴다는 우려가 나타났습니다. 


<이미지출처 : 맥심 2015년 9월호>

어떤 이는 맥심 표지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던 모델 정두리씨(2014미스 맥심)가 과거 SM(사디즘)을 표현했던 일을 들며 이중성을 욕하기도 했고, 또 어떤이는 느와르라는 장르에 대해 괜한 트집 잡기이자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다고 의견을 표출했습니다.  



누구라도 한번쯤은 중절모와 보아뱀이 삼킨 코끼리를 본적이 있을 것입니다. 시각을 달리하면 많은 것이 보이고, 조금만 노력한다면 많은 것을 이해 할 수 있게 됩니다. 여성이 누군가에겐 그저 까탈스러움 혹은 염치없고 피곤한 대상일수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생존은 타협의 요소가 아니며 사랑을 이유로 한 폭력은 극복의 요소가 아닙니다. 우리가 폭력이라 생각하지 않은 행위도 누군가의 딸, 누군가의 동생, 누군가의 누나와 언니에겐 공포스러울 수 있다는 걸 한번쯤은 생각해 보았으면 합니다.  




<이미지출처 : YTN>


# 이쯤에서 묻습니다. 여러분 모두 안전연애 하고 계신가요? 혹은 여러분의 여자친구나 아내를 진실하게 사랑하고 계신가요? 데이트 폭력에 대한 증가 추세를 보면 우리 사회는 불행히도 그렇지 않아 보입니다. 그러나 여전히 남녀간의 사랑이 수많은 행복을 안겨준다는 점에서, ‘안전이별’라는 단어가 곧 추억속의 단어가 되길 간절히 바랄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