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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층기획 - 육아휴직 실태 리포트] 제도와 현실 사이… 갈 길 먼 육아휴직


세계일보

2017.02.19

 

[심층기획 - 육아휴직 실태 리포트] 

제도와 현실 사이… 갈 길 먼 육아휴직


세계일보, 네티즌 글 99만건 분석/연관어로 ‘처벌·불이익’ 최다/

상위 단어 10개 중 8개 부정적/도입 29년째 ‘그림의 떡’ 여전





‘무상보육에서 육아휴직으로.’

육아를 둘러싼 사회의 관심이 국가 보육에서 ‘내 자식 내 손’으로 키울 수 있게 하는 육아휴직 확대로 옮겨가고 있다. 

역대 대선 후보들이 무상보육을 강조한 것과 달리 현 대선 주자들은 육아휴직 등 일·가정 양립과 관련된 양육공약들을 쏟아내고 있다. 국민의 권리 의식이 강화된 데다 믿고 맡길 보육시설이 부족하다는 지적에도 영유아 무상보육은 상당히 이뤄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1988년 육아휴직 제도가 도입된 이래 대상 아동의 연령 등이 크게 확대됐지만 장시간 근로체제, 인사상 불이익, 고용불안 등 근로 현장의 분위기는 전혀 바뀌지 않고 있다.

정규직 근로자의 경우 회사 눈치 보느라 육아휴직을 사용하기 어려운 현실임을 감안하면 4대 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비정규직에게는 애초부터 무용지물이었다. 이로 인해 육아휴직 제도는 대다수 근로자의 자괴감을 키우는 ‘빛 좋은 개살구’로 인식되고 있다. 




세계일보가 소셜분석전문업체 타파크로스에 의뢰해 지난 한 해 1600만개의 트위터 계정과 인터넷 블로그, 다음아고라, 네이트판 등에서 육아휴직이 언급된 99만2467개의 글을 분석한 결과 네티즌들이 육아휴직을 언급할 때 가장 많이 사용한 연관어는 ‘처벌’과 ‘불이익’인 것으로 나타났다. 

육아휴직과 관련된 연관어 상위 10개 중 8개가 부정적인 감정을 담고 있었다.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기업을 처벌해야 한다는 맥락에서 ‘처벌’(3992건)이 가장 많이 쓰였다. 그 다음으로 △불이익(3893건) △힘든(3149건) △불안(2578건) △행복한(2488건) △어려운(2376건) △불매(2166건) △우려(1968건) △불가능(1698건) △안정적(1686건) 등의 순이었다. 헬조선과 고통도 각각 1468건, 1427건 언급됐다. 행복한과 안정적을 제외하면 제도의 존재를 알아도 실제로 쓸 수 없는 답답함과 자괴감이 담겨 있었다.


근로 문화가 개선되지 않는 현실과 달리 국민의 권리 의식은 높아지고 있었다.

육아휴직이 언급된 약 99만개의 글을 주제별로 분류한 결과 △남성 육아휴직에 대해 쓴 글이 16.3%로 가장 많았고 △근로시간 단축(12.7%) △휴직기간 확대(9.5%)가 그 뒤를 이었다. 

육아휴직 관련된 주제 1위와 연관어 1위를 조합하면 남성 육아휴직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처벌과 불이익을 언급한 경우가 가장 많았던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사내 분위기 압박(7.6%) △퇴사(7.6%) △승진 누락(7.5%) 등을 주제로 쓴 글이 많았다. 

인하대 행정학과 윤홍식 교수는 “육아휴직에 대한 인식이 이러한 건 남성은 정규직이라 해도 사용하기 어렵고 비정규직은 애초에 이용 대상에서 제외되다 보니 전체 근로자의 4분의 1도 안 되는 여성 정규직만이 그나마 이용을 고려할 수 있기 때문”이라며 “보수적 기업문화와 비정규직의 현실이 개선되지 않는 한 현재의 육아휴직 제도는 ‘빛 좋은 개살구’일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기획취재팀=윤지로·김준영·이현미 기자 engine@segye.com


 


*출처 : 세계일보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7/02/19/20170219001835.html?OutUrl=naver